세상에는 이런 제품도 있다. 쌍안경은 쌍안경인데, 1080p 풀HD 동영상을 녹화할 수 있는 쌍안경이다. 소니는 10월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디지털 레코딩 쌍안경 소니 ‘DEV-5′를 소개했다. 캠코더를 자주 이용하는 일반 사용자나 탐험가, 스포츠 매니아 등에게 매력적인 제품이다.

DEV-5는 광학 줌 10배와 디지털 줌 10배를 지원해 최대 20배 줌을 지원한다. 20배 줌은 2km 거리에 있는 사물을 100m 앞에서 보는 것과 같은 줌 배율이다. 카메라 렌즈와 비교하면 1100mm 렌즈의 배율에 해당한다.

DEV-5의 가장 큰 특징은 쌍안경이면서 1080p 풀HD 3D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1080p 풀HD 화질을 품질 손실 없이 60프레임 영상으로 담을 수 있다. 일반적인 60프레임 영상과 비교해 이론적으로 2배 더 뛰어난 화질을 제공한다. DEV-5로 촬영한 3D 영상은 소니 브라비아TV 뿐만 아니라 모든 3DTV에서 즐길 수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소개된 제품은 시제품이라 아쉽지만, 직접 녹화한 동영상을 확인해볼 수는 없었다.

줌 배율을 조절할 때 자동으로 초점을 맞추는 기능도 뛰어나다. 사용자가 줌 배율을 조절해도 1초 안에 자동으로 사물에 초점을 맞춰준다. 일반 쌍안경처럼 초점 조절 나사를 조작할 필요가 없다. 고배율에서는 전자식 손떨림 방지 기능을 적용해 움직이면서 사물을 관찰할 때도 안정적인 영상을 찍을 수 있도록 돕는다.

오쿠라 키쿠오 소니코리아 사장은 “DEV-5는 대상을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쉽게 촬영할 수 있는 제품으로 기동성과 효율성을 자랑하는 제품”이라며 “눈앞에 나타난 장면을 놓치지 않고 빠르게 촬영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쌍안경으로 보이는 그대로를 영상으로 담는다는 게 DEV-5의 콘셉이다.

△ 5.5인치 외장형 디스플레이를 이용해 쌍안경이 기록하고 있는 영상을 볼 수 있다

△ 초지향성 마이크를 장착한 옆모습

디지털 방식을 이용한다는 장점도 살렸다. DEV-5의 핫슈 단자를 이용하면 초지향성 마이크나, 삼각대 리모컨, 5.5인치 확장 모니터 등 다양한 액세서리를 쓸 수 있다. 기존 광학식 쌍안경에서는 이용할 수 없는 기능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코지마 마사아키 소니이미징 제1사업부장은 “소니는 새로운 카테고리에 새로운 시도를 통해 시장을 개척해 왔다”라며 “이 같은 도전이야말로 소니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DEV-5는 쌍안경일까 캠코더일까. 현재로선 찍는 방식이 독특한 캠코더로 보는 게 적절해 보인다. 기존 캠코더는 촬영할 때 작은 LCD 화면으로 대상을 관찰해야 하지만 DEV-5는 두 개의 이미지 센서가 보내주는 장면을 눈앞에서 감상한다는 점이 다르다.

국내 출시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DEV-5의 미국 출시 가격은 2천달러다. 3D 촬영 기능과 1080p 풀HD 영상을 기록할 수 있는 기존 소니 핸디캠 가격이 우리돈으로 160만원대라는 점을 생각하면, 일반 캠코더 제품과 가격 차이도 크지 않은 셈이다. 캠코더를 즐겨 이용하는 일반 사용자에게도 매력적인 제품이다.

전문 영역에도 어울린다. 특히 스포츠 마니아나 전문 여행가, 탐험가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 매니아는 DEV-5를 이용해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를 가까이 당겨 보면서 풀HD 화질로 기록할 수 있다. 스포츠 경기를 3D로 촬영할 수도 있으니, 3D 출력을 지원하는 TV나 모니터를 통해 기록한 영상을 즐길 수 있다.

전문 여행가나 탐험가, 자연생태 연구가가 쓰기에도 DEV-5는 안성맞춤이다. 멀리 있는 풍경이나 동물을 가까이 보며 바로 영상으로 남길 수 있어 자연생태를 연구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산악인 허영호 대장은 “등반할 때는 촬영장비와 쌍안경을 따로 준비해야 하는데, DEV-5는 하나만 있으면 돼 짐을 줄일 수 있어 편리하다”라며 직접 써본 경험을 들려줬다.

소니코리아는 DEV-5를 11월9일 정식 출시할 예정이며, 10월24일부터 11월6일까지 2주 동안 온·오프라인 예약 판매를 실시한다.